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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회로 검증

디지털 회로 검증 시리즈 - 1편

by 토리윤 2025. 3. 3.

디지털 칩은 어떻게 신뢰성을 보장할까?

디지털 회로 검증 시리즈 - 1편

 이 시리즈의 포스팅에서는 "디지털 회로 검증"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현대 반도체 칩은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신 프로세서의 경우 10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초고집적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데이터센터 서버, 인공지능 가속기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칩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동작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설계팀이 RTL(Register Transfer Level) 코드를 작성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이를 칩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칩을 동작시켜 보니 멀티스레딩 환경에서 특정 메모리 주소에 접근할 때 시스템이 멈추거나, 부동소수점 연산 결과가 표준을 준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칩 단계에서 발견하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칩을 재설계하고 다시 제작하는 비용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7nm 이하의 최신 공정에서는 한 번의 마스크 세트(mask set)가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또한 수정 후 다시 제작하는데는 적어도 약 3~6개월이 소요되어 제품 출시가 심각하게 지연됩니다. 실제로, 1994년 인텔의 펜티엄 프로세서의 FDIV 버그로 인해 4억 7천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2007년 AMD의 바르셀로나 프로세서의 TLB 버그로 인해 출시가 6개월 지연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러한 치명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회로 검증(Digital Circuit Verification)"이라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디지털 회로 검증이란?

검증(Verification)과 테스트(Testing)의 차이

많은 사람들이 검증(Verification)과 테스트(Testing)을 혼동하지만, 두 개념은 다른 분야를 뜻합니다.

  • 검증(Verification): 설계(Design) 단계에서 RTL 코드나 회로 상태가 사양(Specification)대로 정확하게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즉, "우리가 올바른 제품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 테스트(Testing): 실제 실리콘(Physical Chip)이 제조된 후, 하드웨어 수준에서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입니다. 즉,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간단히 말해, 검증은 "설계가 올바른가?"를 확인하는 것이고, 테스트는 "제조된 칩이 설계대로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제조 과정의 순서로 생각한다면, 선 검증, 후 테스트가 되는 것입니다. 설계 검증은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정형 검증 등을 통해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반면, 제조 테스트는  여러 종류의 ATE(Automatic Test Equipment)를 사용해 물리적 결함을 찾아냅니다.

디지털 회로 검증의 주요 역할

디지털 회로 검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설계의 논리적 오류(Logical Bug)를 사전에 발견하는 것입니다. 검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 기능적 오류(Functional Bugs): 설계가 기능적 사양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예: ALU가 특정 연산에서 잘못된 결과 출력)
  • 타이밍 오류(Timing Bugs): 타이밍 제약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예: 셋업/홀드 타임 위반)
  • 프로토콜 위반(Protocol Violations): 인터페이스 프로토콜을 정확히 구현하지 못한 경우 (예: PCIe, DDR, USB 등의 프로토콜 미준수)
  • 동기화 오류(Synchronization Issues): 멀티 클럭 도메인 간 데이터 전송 문제
  • 경쟁 상태(Race Conditions): 여러 이벤트의 타이밍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
  • 리소스 경쟁(Resource Contention): 공유 자원에 동시 접근 시 발생하는 문제
  • 전력 관련 오류(Power-related Issues): 전력 관리 기능 관련 오류 (예: 저전력 모드 진입/복귀 시 상태 유지 실패)
  • 보안 취약점(Security Vulnerabilities): 부채널 공격 등에 취약한 설계 문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칩 제작 후 이러한 문제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앞서 언급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 손실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회로 검증 방법론

디지털 회로 검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Simulation-based Verification)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증 방법으로, RTL 시뮬레이터를 사용하여 설계의 동작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모델링합니다.

  • Directed Testing: 특정 기능이나 시나리오를 타겟으로 한 Test Case를 수동으로 작성합니다.
  • Constrained-Random Verification(CRV): 제약조건 내에서 무작위로 테스트 시나리오를 생성하여 예상치 못한 오류를 발견합니다.
  • Universal Verification Methodology(UVM): 업계 표준 검증 방법론으로, 재사용 가능한 Testbench를 구축합니다.

장점: 직관적이며 다양한 시나리오 테스트 가능 합니다.

단점: 전체 설계된 회로에 대해 완전히 커버하기 어렵습니다. 즉, coverage miss 가 날 수 있습니다.

정형 검증(Formal Verification)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설계의 정확성을 증명합니다.

  • Model Checking: 모든 가능한 상태를 검사하여 특정 속성이 항상 만족되는지 검증합니다.
  • Equivalence Checking: 두 설계(예: RTL과 게이트 레벨)가 기능적으로 동일한지 확인합니다.
  • Property Checking: 설계가 특정 속성(assertion)을 만족하는지 검증합니다.

장점: 모든 가능한 상태를 검증할 수 있어 완전한 증명이 가능합니다.

단점: Cost (시간, 자원 등)의 문제로 큰 설계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하드웨어 가속 검증(Hardware-Accelerated Verification)

  • 에뮬레이션(Emulation): 특수 하드웨어(에뮬레이터)를 사용하여 RTL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보다 수백~수천 배 빠릅니다.
  • FPGA 프로토타이핑(FPGA Prototyping): FPGA를 사용하여 설계를 구현하고 실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테스트합니다.

장점: 실제 소프트웨어와 함께 테스트 가능하며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빠릅니다.

단점: 디버깅이 어렵고 구축 비용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 검증(Hybrid Verification)

여러 검증 방법을 조합하여 각 방법의 장점을 활용합니다.

예: 시뮬레이션으로 기본 기능을 검증하고, 정형 검증으로 중요한 속성을 증명하며, 에뮬레이션으로 실제 소프트웨어와의 통합 테스트를 수행합니다. 실제로도 이와 같이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cross check 검증 합니다.

실무에서의 검증 프로세스

실제 산업에서 이루어지는 검증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프로세스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는 상황에 따라 생략 되기도 합니다.

  1. 검증 계획 수립(Verification Planning)
    • 요구사항 분석 및 검증 전략 수립
    • 검증 메트릭 정의 (커버리지 목표 설정)
    • 리스크 분석 및 우선순위 설정
  2. 테스트벤치 아키텍처 설계(Testbench Architecture Design)
    • UVM 기반 테스트벤치 컴포넌트 설계
    • 레퍼런스 모델 개발 (golden model)
    • 스코어보드 및 체커 설계
  3. 테스트 시나리오 개발(Test Scenario Development)
    • Directed 테스트 케이스 작성
    • Constrained-random 시나리오 개발
    • 코너 케이스 및 엣지 케이스 식별
  4. 시뮬레이션 및 디버깅(Simulation and Debugging)
    • 회귀 테스트(regression testing) 실행
    • 파형 분석 및 로그 모니터링
    • 버그 발견 및 추적 관리
  5. 커버리지 분석 및 검증 완료(Coverage Analysis and Verification Closure)
    • 코드 커버리지(Code Coverage) 분석
      • 라인 커버리지(Line Coverage): 모든 코드 라인이 실행되었는지 확인
      • 분기 커버리지(Branch Coverage): 모든 조건문의 참/거짓 경로가 실행되었는지 확인
      • 조건 커버리지(Condition Coverage): 복합 조건의 모든 기본 조건이 참/거짓으로 평가되었는지 확인
      • 토글 커버리지(Toggle Coverage): 모든 신호가 0→1, 1→0으로 전환되었는지 확인
      • FSM 커버리지(FSM Coverage): 모든 상태와 전이가 커버되었는지 확인
    • 기능 커버리지(Functional Coverage) 분석
      • 설계자가 정의한 중요 기능적 시나리오가 테스트되었는지 확인
      • 크로스 커버리지(Cross Coverage)를 통해 여러 시나리오의 조합을 확인
    • 커버리지 홀(Coverage Holes) 식별 및 해결
    • 검증 사인오프(Verification Sign-off) 결정
  6. 하드웨어 가속 검증(Hardware-Accelerated Verification)
    • 에뮬레이션 또는 FPGA 프로토타이핑 진행
    • 실제 소프트웨어와의 통합 테스트(SW/HW Co-verification)
    • 성능 및 전력 분석

왜 디지털 회로 검증을 배워야 할까?

디지털 회로 검증은 반도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반도체 설계 프로젝트에서 검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개발 노력의 60-70%에 달하며, 이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최근의 SoC(System-on-Chip) 설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AI 가속기, 보안 모듈, 다양한 인터페이스 등이 집적됨에 따라 검증의 중요성과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는 검증 엔지니어의 수요가 설계 엔지니어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으며, 특히 UVM에 능숙한 검증 전문가는 높은 연봉으로 대우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커리어 수명 또한 긴 편이라고 생각 합니다. 최근에는 AI/ML을 활용한 검증 자동화, 형식 검증의 확대, 클라우드 기반 검증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어 학습 가치가 높은 분야입니다.

대학생이나 주니어 엔지니어라면, 디지털 회로 검증을 배우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증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하드웨어 설계 언어(HDL): Verilog, VHDL, SystemVerilog의 기본 문법과 모델링 기법
  • 검증 방법론: UVM(Universal Verification Methodology)의 구조와 사용법
  • 검증 기술: Assertions, Functional Coverage, Constrained-Random Verification
  • 검증 도구: 시뮬레이터(VCS, Incisive/Xcelium, ModelSim/Questa), 정형 검증 도구(JasperGold), 에뮬레이터(Palladium, Veloce) 사용법
  • 프로토콜 지식: PCIe, DDR, AMBA(AXI/AHB/APB), Ethernet 등 표준 인터페이스 프로토콜
  • 프로그래밍 기술: Python, Perl 등 스크립팅 언어 및 TCL

다음 글에서는 "디지털 회로 검증의 주요 방법론과 UVM 기초"를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증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버그를 찾아내는 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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